이번 신 에바 극장판 서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내용 자체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어느 정도 중요한 복선에 대한 해석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도 보시겠습니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나온지 벌써 14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강산이 벌써 한번 변하고도 반쯤 다시 변한 시간이고, 보통 이만큼 시간이 지나면 대중 문화의 트렌드도 몇번이고 바뀌지요.
특히 대중문화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이란 분야 자체가 트렌드의 변화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때,
14년 전에 나온 작품이 아직까지 살아 숨쉬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바는 수많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아직까지도 그 관련상품이나 관련 작품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에바의 놀라운 점은 스핀오프 작품은 여러개 존재하지만, 실제로 '에바'란 세계관을 규정짓는 작품은 단 하나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제목아래 10년 이상 버텨온 작품은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은 '후속작'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인물을 추가해서 그 생명력을 얻어왔습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과 다르게 15년에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란 하나의 작품이 가진 세계관만으로 버텨온 점은 분명 에바의 놀라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에바는 TV판-극장판 DEATH & REBIRTH(줄여서 D&R)-극장판 THE END OF EVANGELION(줄여서 TEOE)으로 이어지는 3개의 작품을 통칭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점이 에바라는 작품의 생명을 연장시켜 왔을 까요?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점은 '수많은 비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떡밥'이라고도 하지요.
수많은 의문과 그 의문을 풀 정보의 단서를 던지고, 그걸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의문들을 전부 풀어주지 않는 것이 바로 떡밥성 애니 라고 부르죠.
이러한 애니의 원조 하면 바로 '에바'입니다.
사실 에바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친절했습니다.
물론 GHOST IN THE SHELL같은 예외도 있습니다만, 에바에 비하면 이쪽은 고급 호텔 벨보이 수준의 친절함이라고 봐야겠지요.
물론 에바 이후의 애니메이션도 대부분 친절한 편입니다.(최소한 떡밥을 던져도 결말은 내려고 노력을 하지요)
그러나 에바는 정말로 철저하게 불친절 합니다.
거기에 끝은 '넵, 인류 몰살' 이라니...
지금 장난하자는 겁니까? 맞을래요?
여튼 이런 느낌으로 TEOE는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죽어라 잡스런 스핀오프들을 찍어내지요.
게임, 소설, 만화, 등등... 그나마 양심은 있는지 애니메이션 스핀오프는 없더군요.
그런데 이 스핀오프라는 것들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후속작'이 아닌 '스핀오프'거든요.
즉, TV판부터 시작해서 TEOE로 끝나는 장절한 떡밥투척에 대한, 떡밥 강화밖에는 아무것도 못했단 말이죠.(사다모토 요시유키씨의 만화판은 조금 이야기가 다릅니다만, 일단 그 만화판을 제외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돈에 환장한 에바 사골 우려내기'가 계속 팔린 것은 어떠한 이유인가?
생각해보면 간단한 답이 나옵니다.
'팔리니까'
대체 왜 저런 사소한 정보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떡밥강화성 스핀오프들을 사람들은 사는 걸까요?
그건 에바에 열광했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마음 속 깊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꺼내 봄으로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요.
바로, '에바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로, 팬픽(동인지 포함)을 들어보겠습니다.
에바가 종영되고 나서 많은 수의 팬픽이 쏟아져 나왔지요.
특히 인터넷의 보급과 맞물려 에바 팬픽 숫자는 그야말로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많은 작품의 팬픽 문화의 시발점이 에바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말이죠.
특기할 만한 점은, 보통 팬픽은 어떤 작품이 한창 연재 중이고 그 인기가 절정일 때 많이 쏟아져 나오다가, 완결 되면 팬픽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더군요.(물론 이 부분은 개인적인 경험이라서 실제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바는 이런 점에서 조금 여타의 작품과는 궤를 달리하지요.
TEOE가 나온 이후 에바 팬픽 숫자는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여왔고, 이것은 에바가 그만큼 완결맺지 못한 이야기라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에바란 작품의 대미를 장식한 TEOE는 분명 스토리의 완결은 확실하게 냈습니다.
'인류몰살, 그리고 님들은 신세계의 아담과 이브. 끗'
그러나 끝난 건 이야기 뿐, '세계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바란 작품이 계속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던졌던 떡밥은 '스토리'가 아닌 '세계관'이었고,
그 세계관을 완결 맺지 못하는 이상, 에바란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 끝을 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걸 보완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TEOE이후 나온 폭발적인 팬픽의 숫자로 표현됐다는 이야기지요.
그럼 그 팬픽들은 어떠한 형태를 띄고 있을까요?
그들이 목마름을 느끼는 건 인류몰살 된 뒤 아담과 이브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그렇기에 '에바' 팬픽은 '에바'의 세계관에 대한 보완에 무게추가 실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보완을 향한 열망은 급기야 18금 팬픽의 영역에까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아는 RE-TAKE란 작품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물론 RE-TAKE(줄여서 리테이크)를 만든 스튜디오-KIMIGABUCHI의 이전 행보를 살펴보면, 18금 동인지를 주로 만드는 팀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높은 수준의 스토리 완성도를 보여왔긴 합니다만, 리테이크는 그 수준을 달리하는 명작이라 감히 평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할 이야기는 산더미 처럼 많지만,(제가 처음으로 산 동인지도 리테이크입니다) 중요한 점만 짚어 보자면,
에바 세계관에 루프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매우 설득력 있는 세계관의 완성을 이뤄 냈다는 점입니다.(네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애초에 첫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니;;)
물론 그 이전까지 팬픽 등에서 에바의 세계관을 루프나 그에 준하는 반복되는 세계관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시각적인 파괴력을 지닌 동인지라는 매체+총 580페이지에 육박하는 충실한 분량을 통해 상당수 팬들에게 지지 내지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리테이크를 읽은 에바의 팬들 중에는 '내 안에서 에바의 결말은 리테이크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말이죠.
이 리테이크가 완결된 것은 2006년 8월 입니다.
그리고 마치 이에 화답하듯 2006년 9월에 발매된 10월호 뉴타입에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에 대한 깜짝 발표가 뒤를 이었지요.
물론 리테이크가 에바 극장판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영향이 없었다고 잘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2007년 9월에 공개된 서에서 우리는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이 작품은 에바지만, 이전 에바와는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
'뭔진 모르지만 다르다'
서만 봐서는 그냥 새로 깔끔하게 그리고 스토리 전개를 더 알기 쉽게 바꾼 거 같습니다만, 최근에 발매된 1.11을 보면 확연히 다른 몇가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TV판의 그 에바의 무대가 아니다.' 라는 점이지요.
에바 팬들이 가이낙스의 떡밥 투척을 당해온 게 벌써 십수년 입니다.
그런 내공을 통해 이번 극장판에서 우리가 캐치해 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이것은 TV판(TEOE까지 포함한) 이후의 세계다. 라는 사실입니다.
1.11에서는 거의 대놓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극장에서 공개됐던 버젼도 신경써서 봤다면 충분히 알 수 있지요.
물론 TV판 이후라고 해서 루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만,
비슷한듯 하면서도 조금씩(많이?) 달라진 상황이나, 과거에서 무엇인가 학습한 듯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루프에 준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소한 TEOE에서 닫혀버린 에바 세계관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신지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유유부단함을 고칠 기회를 찾았고,
팬들은 이제야 비로소 예전 떡밥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기회를 얻은 것이니까요.
이번 신 극장판을 통해 극장판의 무대는 구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거의 공인한 상황에서 이 작품을 통해 '에바'의 세계관의 완성이라는 내적완결을 지을지,
아니면 앞으로도 15년은 더 우려먹기 위해서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걸로 끝날 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핵심적인 세계관은 건드리지 않은 채 사골만 우리던 가이낙스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계관 자체에 대한 거대한 방점을 찍는게 확실한 이번 극장판을 저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이낙스가 꺼내든 검-그 이름도 찬란한 REBUILD OF EVANGELION 검-이 15년 역사(극장판 완결은 2010년에나 가능)의 에바에 종지부를 찍을지,
아니면 에바 30년 왕국의 중점을 찍을지, 저와 함께 기대해 보시지 않으렵니까?
아낙, 지금 졸업논문 써야 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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